[국내] 추천여행

(익산) "세상의 속물스러운 것을 버리겠다"가볼만한 절 심곡사

롤라❤️ 2020. 3. 21. 19:39
반응형

심곡사는 신라 때 무염대사가 창건했다고 한다. 무염대사는 신라 선문구산(禪門九山) 중에 하나인 성주산문(聖住山門)의 개조이다. 무염대사는 아홉살 때 해동신동(海東神童)이라는 아호를 받았고 12세에 출가하여 설악산 오색석사(五色石寺)에서 법성(法性)의 제자가 되었다. 그 뒤 정조사(正朝使) 김양(金陽)을 따라 당나라에 가서'화엄경'을 배우고, 불광사(佛光寺)의 여만(如滿)을 찾아가서 선법(禪法)을 물었는데 이렇게 20여 년을 중국 전역을 보살행(菩薩行) 하였다. 충남 보령군 성주사지에는 국보 제8호로 지정된 그의비가 있어 그의 일화를 전한다.

심곡사의 대웅전은 조선 후기의 건축이다. 팔작지붕의 전면 세 칸 측면 두칸의 아주 단아한 건물이다. 대웅전 안에는 석가모니불을 중심으로 지장보살과 관음보살이 모셔져 있다. 불상 역시 이 건물이 지어지면서 조성된 것으로 보인다. 대웅전 앞에 있는 칠층석탑이 하나 있다. 원래는 심곡사에서 200m 정도 떨어진 곳에 있었는데 이곳으로 옮겨온 것이라고 한다.


 심곡사(深谷寺)라는 이름에는 세상의 속물스러움을 과감하게 버리겠다는 노승의 단호함이 배어 있다.

심곡사 가는 길은 문명 저편의 풍경처럼 보인다

그 길엔 정취가 넘친다. 아니 길을 걸어가면서 시간이 뒤로 흘러가는 걸 느낀다. 절 입구인 장암마을 자체가 더 그렇다. 고샅길에 돌담들이 그대로 남아 있어 운치를 더한다. 마을을 지나자 구불구불 산길이다. 비록 콘크리트로 포장 돼 있다고 하나 고적하기 이를 데 없다. 가는 길섶에 커다란 교목(喬木)이 서 있는 것도, 물이 흐르는 것도 아닌 그저 오솔길일 뿐이다. 봄이면 버들가지가 연둣빛으로 피어오르고 가을이면 길 옆 억새들이 차창에 부딪히며 도열한다. 도심을 조금만 벗어나면 이렇듯 때 묻지 않은 자연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은 이런 큰 산이 주는 혜택일 것이다. 심곡사로 접어들수록 호남평야의 작은 삿갓같은 미륵산이 점점 더 크게 느껴진다.



익산 스탬프투어 코스의 하나인 심곡사는 미륵산 기슭에 위치한 대한불교 사찰중 하나인데요. 전라북도 문화재자료 제 97호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심곡사는 대한불교조계종 제17교구 본사인 금산사의 말사라고 합니다. 본래는 현 위치에서 산위로 200m쯤 올라간 곳에 있었는데 100여 년 전에 옮겨졌다 하는데요. 신라 문성왕때 무염이 창건했는데 이후의 연혁은 전해지지 않는다 합니다.

봄의 기운이 조금씩 스며들어 나들이가 그리운 날 홀로 익산 장엄마을에 위치한 심곡사를 찾았습니다.


심곡사에 도착해서 먼저 만나게 되는 것은 부도군 입니다.

부도군은 원래는 동북쪽으로 약 300m 떨어진 곳에 모여 있던 것이라 고하는데요. 6.25전쟁 뒤에 지금의 위치로 이전하였고 조선 후기의 것으로 보이는 7기의 부도가 전하는데 그중 1기에만 경진당이라고 새겨져 있어 정확한 연대나 부도의 주인은 알 수 없고 크기나 형식도 일정하지 않다고 합니다.


아직은 겨울의 여운 때문인지 모노톤의 풍경들 속에서 봄을 기다리는 꽃망울이 앙증맞은 나무에 매달린 작은 연등 때문인지 한결 봄속으로 한발자국 걸어 들어온 느낌이 들었던 시간이었습니다.


심곡사 범종각입니다. 은은한 종소리가 퍼지면 어떤 느낌일까 잠시 상상하게 됩니다.



심곡사의 전경인데요. 숲에 둘러싸인 곳에 아늑하게 자리한 심곡사는 평온하고 안정을 주는 느낌입니다. 미륵산을 트레킹 하시는 분들이 들러 예불을 드리고 가는 코스이기도 합니다.


대웅전은 조선 순조19년(1819년)에 세웠는데1976년에 건물 일부를 고쳐지었고 1985년에 확장해 오늘날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고 합니다. 정면 5칸, 측면 3칸의 팔작지방 건물로 전라북도 문화재자료 제87호로 지정되었는데요. 또한 대웅전 내부에는 전라북도 문화재자료 제152호로 지정된 목조삼존불좌상과 불상 뒤에는 3 점의 탱화가 걸려 있습니다. 삼존불상은 관음보살과 지장보살이 좌우에서 아미타여래를 모시고 앉아 있는 모습으로 나무로 만든 것인데요. 이것은 모두 대형 목불로서 조선후기 불상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합니다.

가녀린 탑신에서 외롭고 쓸쓸함이 느껴진다. 탑의 조형미에 대한 설명은 심곡사 탑이 이름처럼 많은 사연을 가지고 있음을 알려준다. 형식은 신라의탑과는 사뭇 다르며 그렇다고 다층석탑 양식을 따르고 있는 고구려 형태도 아니다. 대부분 오층석탑인 백제양식에도 차이가 있다. 그런데 곰곰이 살펴보면 탑의 여기저기에서 미륵사 서탑에서 보이는 백제인의 손길이 느껴진다. 탑신은 연약하고 옥개석의 경사가 완만하며 옥개받침을 간결하게 표현한 것이다. 단지 받침부분에 나타난 고려시대 탑의 양식과 지붕돌받침에 나타난 조선시대 탑의 양식 등으로 볼 때 고려 말과 조선 초의 양식이 혼재된 것이다. 탑의 일부가 나중에 고쳐진 흔적이 있는데 탑신과 옥개석이 서로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있지만 정감이 간다.


대웅전 앞에 위치한 칠층석탑은 전라북도 유형문화재 제192호로 지정되었습니다.

고려시대 말기에서 조선시대 초기 사이의 석탑양식을 보여주고 있는데요. 2012년에 칠층석탑을 해체, 보수하였는데 기단 중대석 안의 사리공에서 통일신라시대의 것으로 추정되는 불상 2점, 하부 지대석 안의 사리공에서 금동불좌상 7점이 봉안된 불감 1 점 등이 발견되었습니다.

2016년 보물 제1890호로 지정되었습니다.



심곡사 명부전입니다. 명부전 지장보살좌상 및 권속은 전라북도 유형문화재 제191호로 지정 보호되고 있습니다.

명부전에 봉안된 지장보살상과 주변에 위치한 25구의 권속을 이른다는데요. 재료는 모두 흙으로 만든 소조상으로 조선후기에 만들어진 대표적인 불상으로 보존상태가 좋은 편이라고 합니다.



1997년 남북통일을 염원하며 조성된 미륵존불입니다. 그 앞에는 세 마리의 원숭이 석상이 자리하고 있는데 그 모습은 입, 눈, 귀를 가린 모습니다. 이는 나쁜 말은 하지 않고 나쁜 것은 보지 말고 나쁜말은 듣지 말라는 뜻이라 합니다. 우리 삶에서도 필요한 것이라 생각이 들었습니다.




범종각과 미륵존불 뒤 산비탈에는 16나한전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계절의 변화를 감상하며 16나한을 만나보고 경사진 길을 가볍게 오르면 마애약사여래좌상을 만나게 됩니다. 여느 사찰과는 조금은 색다르게 산을 올라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봄의 꽃 산수유를 감상하는 것이 즐거움을 선사해줍니다. 계절의 변화를 피부로 느끼며 운치 있는 풍경을 안아보는시간입니다.


마애약사여래좌상을 만나고 내려오는 길..또 한번 심곡사를 품에 안은 듯 굽어보게 되는데요. 살포시 초록초록 자라고 있는 식물들을 보는 재미도 함께 느끼게 되는 발걸음입니다.


사찰 마당에 서니 한쪽에 조명을 밝히듯 예쁜 홍매화가 저를 이끕니다. 그런 소소한 풍경이 사찰에서 힐링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비록 꽃을 보는 것이 아니더라도 이곳에 오니 사찰 마당에서 샤워하듯 봄이 기운이 느껴집니다.


심곡사 주차장을 나오면 보이는 큰 구조물이 들어오는데요. 이곳은 떡목 공연장입니다. 떡목이란 판소리에서 고음부의 음역이 좋지 않아 자유로운 소리 표현이 안 되고 소리가 심하게 거친 목을 말한다고 하는데요. 소리꾼으로 대성하기에는 치명적인 조건이라고 합니다. 이런 악조건을 다듬어 내면 거칠지만 힘이 있고 소리의 극적인 면을 살려낼 수 있다고 하는데 바로 이런 가능성을 보여준 대표적인 명창이 익산 출신의 '정정렬'명창이라고 합니다. 국창 정정렬 명창의 득음을 기념해 2011년 만든 공연장이 바로 이곳입니다. 매년 여기서 산상음악회가 열린다고 합니다. 떡목 음악회는 익산을 대표하는 산사음악회로 알려져 있는데요. 자연과 문화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느낄 수 있고 좋은 추억을 안고 가는 특별한 시간이 된다고 합니다.


무인 찻집 '구달나'가 시선에 들어와 그곳으로 발길을 돌렸습니다.

'구달나'라는 찻집의 이름은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코로나19때문에 문을 닫아 실내에는 들어갈 수 없었지만 밖에서 느껴지는 토속적인 분위기와 오래된 물건들 때문에 나그네가 된 저는 추억여행도 하고 편안하고 안락한 시간이었습니다.


'따뜻한 커피 드시고 코로나19 잘 이겨 내세요'

생각지도 못했던 한 잔의 커피향도 좋은데 몇 줄의 메모때문에 감동입니다.


코로나19로 일시적으로 문을 열지 않는다고 했지만 서성거렸던 저는 믹스커피 한잔을 할 수 있도록 뜨거운 물과 종이컵, 커피를 내놓으셨기에 카페 바깥 쉼터에서 주변 풍경을 즐기며 쉼의 시간을 가져봤습니다. 나그네를 위한 배려에 또 한번 감동이 밀려왔습니다.


심곡사는 역사 여행속 보물찾기 스탬프투어의 한 코스입니다. 구달나 무인카페에 비치되어 있으니 참여해보세요!




카페옆 매화 한 그루, 금방이라도 속살을 드러낼 듯한 목련꽃이 봄의 초입에 와 있다고 말해줍니다. 심곡사를 둘러보고 구달나에 들러 차 한 잔 하며 여유를 느끼는 소박한 호사를 누려보는 것 강력 추천해 드립니다.




빠른 움직임으로 이리저리 날아다니는 새 한 마리. 소리가 너무 예뻐서 저도 빠르게 뒤쫓았지만 어찌나 빠르던지.. 꽃망울과 입맞춤을 하는 그 새는 바로 노랑턱멧새의 수컷이었네요. 혼잡하지 않고 고즈넉한 사찰에서 자연의 소리는 그저 아름답게만 느껴져서인지 발걸음이 더 느려지는 저를 발견하게 됩니다. 작은 소리들마저 ASMR이 따로 없습니다. 그곳에서 들려오는 모든 소리가 마음을 안정시켜 주네요.



차곡차곡 소망하는 글을 적은 기와불사. 저도 마음속으로 소망하나 기도해 보는데요. 모든지 이뤄지기를 진지하게 바래보는 시간입니다. 요즘 최대의 관심사는 건강이 아닐까 생각이 드는데요. 외출이 조심스럽지만 고즈넉한 산사에서 봄을 느껴보시는건 어떨지 제안드려봅니다.


반응형